해묵어 낡고 퇴색됐지만 세월의 고고함이
차곡차곡 쌓여있는 낙원여인숙-
1936년 시(詩)동인지 ‘시인부락’이
시작된 근대문학의 발상지인
종로구 통인동의 ‘보안여관’과
쌍벽을 이루며 한때는 문인들과
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찬란하고 화려했던
추억이 방울방울 깃든 곳.
세월이 흘러 지금은 갈 곳 없고,
기다리는 사람 없고, 세월의 상흔으로
얼룩진 복잡다단한 인생사를 가진 사람들이
모이는 달방(月貰房)으로 전락했지만,
그런 낙원여인숙에 유난히 춥고 지루했던
겨울이 끝나갈 무렵, 약속이나 한 듯
손님들이 차례로 찾아든다.
‘두 번은 없다’를 되뇌며 우연처럼 따로따로
낙원여인숙을 찾아온 그들 각자에게는
사실 그래야만 했던 운명적인 이유가 있다.
과연 그들이 낙원여인숙을 찾은
진짜 이유는 무엇일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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